■ 어느날 대한민국의 국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가 극적으로 통일 조약을 맺는다. 광화문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이 할 것 없이 제2의 광복을 맞이하듯 축제를 즐긴다. 개선문 광장에서도 노동자, 지식인, 사로청 청년들, 학생들이 모여 야회를 통해 조국의 통일을 맞이한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통일의 환희 물결을 한반도기가 수놓은다.
지구촌 역사에서 분단국이 평화롭게 합의에 의한 통일을 우리 한민족처럼 한국가가 있었던가? 한민족의 역사 속에서도 전쟁과 정복을 통한 통일의 역사는 있어 왔지만, 적대감과 불신을 극복하고, 공존공영을 추구하면서 삶을 영위하다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함께 살기를 결정하고 즐거워 한 사례가 있을까?
그런데 한반도 기로 수놓아졌던 통일의 환희가 서서히 식어가고, 한쪽은 상대를 아노미적 개인주의라고 비판하고 다른 한쪽은 상대방을 맹목적 집단주의라고 비난하게 된다면? 좀 더 경제적으로 부유하면서 형제에게 왜 더 베풀지 않느냐고 불만을 털어놓는 반면, 도대체 얼마나 더 주어야 하느냐고 푸념한다면? 한쪽은 상대에게 왜 그렇게 이기적이냐고 하고, 다른 한쪽은 상대방에게 왜 그렇게 무능하냐고 서로를 비난한다면? 결국 이상적인 통일의 청사진은 색이 바래지고, 서로 다른 생각과 삶의 태도가 다툼을 지속하는 가운데, 우리가 다시 만난 것이 정말 잘한 일일까를 반문하게 된다면 통일 사회가 이런 모습이라면, 우리가 그토록 애태우며 추구한 통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이 글은 우선 현재와 같이 남북한의 만남이 빈번하지 않고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급진적인 방식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의 통합이 이루어질 경우를 상정하고,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갈등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여러 갈등을 최대한 완화하고 성공적인 통일 사회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탐색하고자 한다.
통일은 이상적인 청사진이라기보다는 삶의 현실이다. 이 삶의 현실 속에 60여년 동안 상이한 이념과 체제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만남이 있다. 만남의 현실에는 기쁨도 있지만 이후의 삶을 꾸려 나가는 과정에는 고통과 시련이 있다. 분단 이후 남북은 서로 다른 체제와 이념 속에서 생활을 영위해 오면서 많은 부분에서 이질화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만남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갈등과 충돌의 극복은 고통과 시련, 관용과 양보, 그리고 헌신을 필요로 한다.
한편 통일 사회에서 직면하게 될 여러 문제들은 통일 이전에 더 많은 만남과 더 많은 나눔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노력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남한 사회에 살고 있는 북한이탈주민과 남한 주민 간의 이해와 화합의 노력을 통해 통일 사회에서 살아가는 연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음은 사람 간의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다름은 서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 이러한 태도로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 사회를 맞이한다면, 통일은 한민족의 역사에서 진정으로 가장 큰 축제가 되지 않을까?
2007년 여름 저자 오 기 성
제1장 통일된 사회를 꾸려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제2장 통일이 된다면, 왜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가
제3장 통일이 된다면, 남북한 사람들 간에는 어떤 갈등이 있을까
제4장 성공적인 통일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가
■ 오 기 성
경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교육학박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통일교육분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교육홍보분과)
교육인적자원부 디지털 교과서 원형 개발 사업 검토위원
< 주요 저서 >
통일교육론-사회문화적 접근(양서원, 2005)
통일교육 교수법과 그 실제(통일부 통일교육원, 2002)
남북한 문화통합론(교육과학사, 1999)
도덕교육연구방법론(엠애드, 2002)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으로 이해하는 통일교육론(엑스퍼트월드, 2001, 공저)
21세기 북한학 특강(인간사랑, 2003, 공저)
남북한 사회통합론(삶과 꿈, 1998, 공저)
도덕과 교육론(양서원, 2002, 공저)
도덕·윤리과 교육의 학제적 접근(교육과학사, 2005, 공저)
삶과 직업윤리(양서원, 2006,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