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 아동이 별이 바람에게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별이 나무에게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고 주변의 세계로부터 들려오는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아동의 세계는 전혀 다른 세계일 것이다. 아동기의 언어는 기존 어른들의 언어와 전혀 다르다. 생각이 다르면 언어가 다르듯이 아동과 어른 개개인이 자신이 존재하는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것은 ‘그 무엇에 관한 인식’으로서의 지향성의 차이이다.
아동은 자신이 지향하는 대상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관계를 갖는다. 지향하는 어떤 대상과 관계지움을 위해 상호 간에 언어를 매개로 하는데 이때 아동의 언어인식과 언어이해 방식은 어른의 것과 다르다. 지향하는 대상들의 언어를 인식하는 능력은 아동 자신이 세계를 이해하는 그들의 특별한 방식이다. 아동은 자신 앞에 놓여진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있어 특별한 감수성과 직관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사물을 통찰하는 감수성과 직관력은 지향적 의식에서 시작한다. 아동은 이미 어떤 대상에 관한 지향성을 통해 자신의 세계에 관한 의식을 드러내며 그 의식 안에서 대상의 언어를 들을 수 있다. 왜냐하면 아동이 생활세계를 이해하는 방식과 삶의 구조는 어른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아동의 언어는 아동을 자신의 세계로부터 드러내고 그들 의식의 세계와 자유를 언어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아동의 언어는 수면 위에 부서지는 햇살처럼 눈부시다. 그들의 언어는 밤하늘의 별들처럼 다양하고 무한히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는 우주를 넘나들며 사유와 함께 살아 있으며 그들은 항상 ‘세계-내-존재’에 머물고 있다. 아동은 자신 앞에 놓여져 있는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아동이 어른의 언어를 배우고 닮아가는 동안 아동 자신의 생활체계의 언어를 점차 잃어간다는 것이다. 아동은 어른들로부터 그들의 언어를 닮아가도록 강요받는다. 그리고 어른들의 언어를 닮아가는 순간 아동은 자신들의 세계에 담아 두었던 언어를 망각하기 시작한다. 안타가운 것은 아동이 자신의 언어를 잃는 것과 동시에 아동 자신의 생활세계가 망각의 강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아동을 이해한다는 것은 아동의 본질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아동의 언어는 의식세계로부터 도출되며 의식세계는 아동이 머물고 있는 생활세계에서의 체험으로부터 구성된다. 그러므로 아동의 본질이해는 곧 아동의 생활세계의 발견이며 아동이 생활세계를 발견하지 않고서는 애초에 아동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아동을 이해한다는 것은 또한 아동과의 만남을 의미한다. 만남을 통해서만이 아동의 본질을 이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동의 세계를 만남으로써만이 아동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으며 진정한 이해는 아동과의 만남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대체로 우리는 아동을 만나는 일에 성실하지 않았다. 수고와 노력 없이, 단지 우리의 의식 안에서 그들을 이해하려고만 하였다. 그래서 아동은 어른들의 의식 주변에서 소외된 채 삶을 살아왔다. 어른들의 경험과 지식은 아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동의 삶은 실존적 존재자로서의 삶일 뿐, 어른의 경험과 지식 안에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반아동과 장애아동을 이해하는 방식에서 오류를 범하였다. 장애아동의 세계는 일반아동의 세계와 다르지 않다. 단지 자신의 세계를 드러내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아동이 어른들의 의식구조 밖에서 소외된 것처럼, 장애아동은 정상이라는 우리의 의식 밖에서 소외된 채 살아왔다. 우리의 더 큰 오류는 ‘장애’라는 편견 때문에 ‘아동’의 본질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장애아동은 ‘장애’가 본질이 아니라, ‘아동’이 본질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아동’이 아닌, ‘장애’로 그들을 배제시켜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그동안 많은 잘못을 저질렀음을 반성해야 한다.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장애아동의 세계를 다르게 인식하고 그들을 함께 체험될 수 없는 존재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장애아동은 정상아동과 별개의 존재라고 인식한다. 하지만 장애아동은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으며, 그 세계 안에서 의미를 드러낼 수 있는 존재이다. 장애아동은 장애가 아닌 아동으로서 존재하며, 그들의 세계는 일반아동의 세계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장애아동들은 단지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뿐이다.
교육현상 해석학적 방법을 통해 장애아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아동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데 현상학적 해석학의 방법이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 현상학은 어떤 대상과 사태의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과 사태에 관한 우리 의식의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의식 전환 없이는 그들을 올바로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올바른 곳으로 안내 할 수도 없다. 우리가 장애아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삶에 관여하는 우리가 그들을 올바로 안내하자는 것이다.
이 저서는 현상학적 해석학의 방법을 통해 장애아동을 이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쓰였다. 그러나 부족한 학문적 지식과 사유만으로 그 목적에 이끄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에 대한 충분한 토론 없이 쓰여졌다는 점과 개인적인 논리가 비약되거나 사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저자의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지속적인 충고와 비판을 통해서 앞으로 부족한 내용들을 점차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원고를 마쳤다. 이 글이 아동의 생활세계를 이해하는 데 교사와 부모 그리고 관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위안이 될 것이다.
2009년 1월 여 문 환
ㅣ 차 례 ㅣ
제 1장 아동의 본질
1.아동의 본질에 대한 물음 / 2.실존적 존재자로서의 아동 / 3.세계 주체자로서의 아동 / 4.의미 창조자로서의 아동 / 5.상호주관적 존재로서의 아동 / 6.지향적 존재로서의 아동
제 2장 아동의 생활세계와 정신 탐험: 1.생활세계 / 2.상호주관성 / 3.지향성 / 4.의미부여 / 5.물음과 해석
제 3장 교육과 아동
1.세계 안에서 이해하기 / 2.아동의 생태학적 본성과 능력 / 3.생태학적 존재로서의 아동 / 4.구조 안에서 성장하는 아동
제 4장 적응에서 본성으로
1.자연과 본성 / 2.본성과 본능의 상실 / 3.교육과 적응 / 4.적응에서 경험으로 / 5.경험과 의식
제 5장 장애아동에 대한 이해와 오류
1.실존적 존재로서의 장애아동 이해 / 2.존재방식으로서의 차이 / 3.차이와 교육 / 4.장애와 차이
제 6장 장애아동 교육의 문제
1.정상과 비정상 / 2.아동의 능력과 평가 / 3.세계에 대한 이해와 표현 방식 / 4.장애 분류와 개념의 갈등 / 5.교육 가능성으로서의 아동 / 6.장애아동과 특수교육
제 7장 장애아동 해체하기
1.아동의 본질과 장애 / 2.이해 범주와 문제아동 / 3.이해 대상으로서의 장애아동 / 4.이해 안으로, 그리고 이해 안에서의 교육: 의식 안에 갇힌 아동 / 5.아동의 본성의 고립 / 6.아동의 본성으로 돌아가기
제 8장 교육자와 교육 참여자
1.선택과 소명 / 2.이해와 만남 / 3.이해 안의 존재와 이해 밖의 존재 / 4.이해하기와 교육
제 9장 교사의 진정한 실존 양식: 양심, 책무의식, 결단
1.실존적 존재로서의 교사 / 2.양심 / 3.책무의식 / 4.결단
제10장 아동 생활세계의 체험의 본질: 1.체험의 물음 / 2.체험의 본성 / 3.생활세계에서의 체험
제11장 현상학과 해석학의 이해: 1.현상학 / 2.해석학
제12장 현상학적 해석학의 방법
1.현상학적 돌아보기: 환원 / 2.현상학적 관찰하기: 기술 / 3.해석학적 이해하기: 해석
제13장 해석학적 탐구로서의 텍스트
1.해석학적 탐구 / 2.텍스트와 반성 / 3.글쓰기와 직관력 / 4.관찰과 텍스트 / 5.글쓰기 / 6.살펴보기 / 7.드러내기 / 8.세계 안에서 이해하기 / 9.해석과 공감
제14장 아동 생활세계 텍스트와 해석
1.아동의 생활세계와 존재의미 / 2.아동의 의식세계 / 3.아동의 존재-세계-내 / 4.아동의 생활세계와 언어 / 5.아동의 믿음-관계-존재
저자 소개
■ 여 문 환
한국인지과학연구소 소장, 한국유아특수교육학회 이사, 유아특수교육상담소 자폐아동 전문상담가
한국교육현상해석학회 부회장, 한국자폐아동치료교육협회장
전자우편: yeo135@hanmail.net. / 연구실: 02-549-9927, 02-549-9915
ㅣ 저서 및 논문 ㅣ
『자폐아동의 이해와 프로그램 적용』(1999), 『자폐아동 치료교육 프로그램 LPDAC』(2001), 『장애영유아통합교육』(공저, 2001), 『자폐아동 치료교육』(공저, 2002), 『유아발달심리치료』(공저, 2003), 『자폐아동의 가정지도와 생활이해 Ⅰ』(2003), 『자폐아동의 가정지도와 생활이해 Ⅱ』(2003), 『아동기의 발견: 현상학적 해석학의 이해를 통한 특수아동과 교육본질에 관한 물음』(2009)
‘자폐아동 치료 및 학습을 위한 프로그램 전략’(1999), ‘통합교육에서의 자폐아동 치료교육’(2000), ‘인지발달치료’(2002), ‘자폐아동의 언어생활세계에 대한 해석학적 이해’(2002), ‘정신병리의 해석학적 이해와 반성’(2003)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