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장 쟁취사 *견본증정불가

■ 국민건강보장의 정도는 그 나라 복지국가 수준을 가늠하는 으뜸가는 척도이다. 그래서 북구 제국이나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같은 선도적 복지국가들(welfare state leaders)은 모든 국민의 건강보장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는 반면에, 미국, 일본, 한국과 같은 지체된 복지국가들(welfare state laggards)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나 같은 복지 후진국에 속하지만 한국은 저 미국의 공적손을 놓은 의료보장 불모지보다는 분명히 낫다고 자위할 수 있다.
한국의 국민건강보장이 저급하지만 이만큼이라도 확보되게 된 것은 장구한 세월에 걸쳐 온갖 정치경제적 역학 작용 하의 엄청난 압박과 유린과 희생을 돌파하고 쟁취한 귀중한 열매인 것이다.
오늘날 건강의 개념은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거나 또는 질병에 걸리는 경우 곧 적절한 치료를 받아 건강을 회복한다는 것만이 아니고, 인간생활의 모든 면, 즉 신체적, 물질적, 정신적 제 요소들이 모든 국민에게 다 고르게 확보되어 나타나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안녕 상태”라는 아주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 누구나 내가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 분리된 나만의 삶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관련된 나의 삶’이라는 인식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니까 “복지국가(Welfare State)”라면 후진복지국가에서 선진복지국가까지 여러 형태가 있지만, 가장 앞선 최선진복지국가는 「건강국가(Health State)」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이러한 「건강국가」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국민건강보장 쟁취사’를 실제적·이론적으로 면밀하게 검토·분석해 보고 거기서 실용적 지식과 지혜를 얻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1부에서는 한국의 건강보장제도에 대하여 이러한 시도를 해 보고자 하였다. 필자는 한국사회보장제도 도입 초창기인 1967년부터 이 분야의 소명을 받아 그 제 일선을 지켜 왔기 때문에 ‘잊혀진 역사’로 묻혀버리기 전에 이 작업을 시도해 보고자 하였다. 지나온 과정상황을 이론적 틀에 맞추어 관련자들의 증언과 단편적 자료들을 주어 모아 해석하는 연구들이 많았으나 이것은 필자가 현장의 중심에서 직접 생생하게 체험하고 공부하고 고민해온 바에 비추어 보면 “연구를 위한 연구”로 느껴지는 면이 많았다.
한국의 어떠한 요소들이 한국복지국가제도 발전의 지체와 왜곡과 파행에 영향을 미쳤는가(또 미치고 있는가)를, 즉 한국의 ‘복지국가의 기초’를 탐구해 보고자 하였다. 그래야만 앞으로의 올바른 개혁 및 발전 전략·전술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건강보장제도의 통합체제로의 개혁과정은 일제식민 잔재의 청산과정, 관료적 권위주의의 불식과 민주화 과정, 인권(사회권, 건강권)의 쟁취과정, 민주적 계급투쟁 과정, 대중 및 시민사회의 학습과 계몽과정, 시민사회단체들의 성장과 발언권 강화 및 정책참여 과정, 사회통합화와 평등화 과정, 사리사욕적 관료정치와 그 이익연합의 타파과정 등에 기여하였고 또 역으로 이러한 것들이 국민건강보장제도의 개혁에 기여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쟁취사’의 검토에 기초하여 앞으로의 한국 사회보장과 국민건강보장제도의 개혁·발전방향을 제시해 보고자 하였다. 현재 미국의 오바마정부가 한국과 같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확립을 내걸고 전력투구하고 있는 시점에 한국의 신자유주의 세력은 “의료민영화” 등으로 그간의 성과를 시장의 장돌뱅이에게 되돌리려 획책하고 있는 것은 단호히 배격·저지하여야 한다.
이 한국 국민건강보장제도의 개혁·발전 방향의 모색에 있어서 교훈을 얻고자 제2부에서는 국민건강보장제도가 가장 잘 확립되어 있는 최선진복지국가인 스웨덴, 영국에서 점차 열등한 순서로 독일, 일본, 그 다음 최하위인 미국의 ‘국민건강보장 쟁취사’를 섭렵·검토해 보았다. 이들 나라의 어떠한 요소들이 그러한 제도 발전의 우열에 영향을 미쳤는가를 탐구하고자, 즉 그들 나라의 ‘복지국가의 기초’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특히 스웨덴의 결코 저버리지 않는 전통적인 고유한 문화(가치관)와 사회복지 이념, 그리고 ‘사회조합주의(social corporatism)’ 등의 훌륭하고 정교하고 독특한 기반과 미국의 다원주의적 개인주의와 반복지적(?) 복지이념과 인종차별의 역사적 기반의 해악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의도를 가지고 이 책을 엮으면서 군더더기 같은 ‘‥참삶을 향한 공인의 여정’이란 꼬리를 붙인 것은 거의 20년(동 분야 교수경력까지 합하면 40여 년) 동안 ‘나의 직(공직)에 맡겨진 당연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충실한 것이 그리도 힘든 가시밭길이었으며, 그래도 한 번뿐인 나의 인생에서 그 길만이 참삶을 향한 길이었음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에 이것을 밝히고자 함이다. 이것의 함의는 앞으로도 모든 공직자가 (특히 연구직이) 제자리에서 아무 부당한 압력 손길을 느끼지 않고 자기직에 정직하고 충실하게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하여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국가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가 와야 비로소 ‘선진복지국가’도, ‘건강국가’도 가능할 것이란 점을 주지시키고자 함이다.
즉 이 책에서는 내 삶을 보다 인간답게 잘 살고자 노력해온 여정을 그 한 허리를 잘라내어 되돌아보고자 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일찍부터 나에게 소명(召命)으로 주어져 종사해 온 사회보장, 사회복지제도의 도입·개혁·발전 영역 중에서 그 한 부문인 국민건강보장제도의 바람직한 구축 노력면에서 쓴 나의 자서전적 성격도 있다.
아무쪼록 이 졸저가 이 분야의 학생들과 학자들은 물론, 연구자들, 정책수립가들, 행정관리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인들, 언론인들, 시민사회 운동단체들 등에게 되도록 광범위하게 읽혀서 작금의 의료민영화 논의를 불식하고 장차 「한국건강국가(Korean Health State)」의 조속한 달성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더 나아가 이것은 건강보장 측면뿐만 아니라 이 책에서 본 주요 선진국의 정치경제적·역사적·사회문화적 정책결정 작용 과정의 실상과 그들 나라의 민주주의의 질적 수준과 내용 및 국민생활의 유형이 어떻게 상이한 지도·규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아울러 아직도 부족하지만 우리의 현 통합적인 국민건강보험제도 쟁취를 위하여 20여 년 동안 그 정직하고 올바른 의지를 함께 모아 힘겹게 협동노력으로 맥진하였던 모든 기여자들에게 가없는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끝으로 가르치는 학생 수가 많고 오래 재직할 젊은 현역 교수들이 교과서로 채택하여 수지맞는 장사가 될 성 싶은 책자의 발간에만 몰두하는 오늘날의 메마른 출판계 풍토에서 그렇지 못할지도 모르는 이 책자를 만들어 주겠다고 선뜻 받아주신 양서원 박철용 회장님과 책의 체제와 교정에까지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아름다운 책으로 만들어 주신 편집부 제위에게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바이다.

2009년 9월 이 광 찬


ㅣ 차 례 ㅣ
제 1부 한국 국민건강보험제도의 쟁취와 과제
제 1장 사회보장과 건강보험
제1절 사회보장제도의 연혁
제2절 사회보장의 개념과 원리 및 목적
제3절 건강보험제도의 특성, 유형, 목적과 원리
제4절 사회보장건강보험제도의 재분배적 기능
제5절 건강보험제도의 효율성과 형평성: 1.효율성과 형평성 / 2.건강보험의 실제적 재분배 기능 연구방안

제 2장 한국 건강보험법의 제정과 변천과정
제1절 건강보험법의 제정 경위: 1.한국복지국가의 기초 / 2.의료보험법의 태동과 출현
제2절 건강보험법의 변천과정
1.임의의료보험법에서 조합방식 강제의료보험법으로 / 2.조합방식 의료보험법에서 통합적 건강보험법으로
제3절 “조합주의”와 “통합주의”의 주요 논점
1.조합주의자들의 주요 주장 논거 검토 / 2.통합주의자들의 주요 주장 논거
제4절 필자의 80년대 건강보험정책 제안
제5절 건강보장의 역사적 형평성 평가
1.잘못 형성된 의료보장 패러다임과 이를 강화하는 제도화 / 2.비통제적인 사적 의료시장 경쟁의 악순환 / 3.의술의 사적 자본화와 의료권력의 상호작용 / 4.압도적인 전문의 중심 최첨단 기술의료서비스체제 / 5.통제불능의 비형평성·비효율성 구조

제 3장 한국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과제
제1절 한국의 복지이념: 1.평등주의 / 2.공동사회주의 / 3.국가적 효율성 / 4.인도주의
제2절 사회보장기본법의 검토
1.한국사회보장법체제의 문제점과 기본법의 중요성 / 2.사회보장기본법에 규정될 주요 원칙과 목적 / 3.사회보장기본법의 과제 / 4.현 사회보장기본법에 대한 검토 및 평가
제3절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근원적 진단과 과제
1.서론 / 2.현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근원적 진단 / 3.현 상황에 대한 근원적 처방과제

제 2부 주요 선진국 국민건강보장제도의 발전
제 1장 스웨덴의 건강보장제도
제1절 스웨덴 복지국가의 기초
1.역사적·문화적·정치적 배경 / 2.정치무대 밖의 조직체들과 단체교섭 / 3.사회민주주의와 사회조합주의
제2절 스웨덴 복지국가의 역사적 발전과 모형: 1.스웨덴 복지국가의 역사적 발전 / 2.스웨덴 복지국가의 모형
제3절 스

■ 이 광 찬

청주고 졸업,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서울대 상대 경영대학원(석사과정) 수료
UN 제1차 사회개발계획에 관한 훈련과정 이수(UN본부)
Princeton대 Woodrow Wilson School : Parvin Fellowship으로 사회보장·사회개발 연구
중대 대학원 석·박사과정 수료(사회정책)(문학박사)
(1962∼1965) 해병대장교(중위) / (1967∼1986) 보사부 사회보장심의위원회 연구위원(사회보장·사회개발) / (1970∼1986) 제3차 국가경제개발5개년계획∼제6차 국가경제사회발전5개년계획 수립 : 사회보장 및 복지부문계획위원회 위원 역임 / (1975∼1988) 강남대, 숙대, 중대, 동국대, 한신대 등 10여 개 대학과 국방대학원, 각급 공무원교육연수원, 대한노총 등 강사 역임 / (1979∼1981) 보사부 장관 정책보좌관 / (1979∼1984) 및 (1987∼1995) 대한의학협회 의료보험 자문위원 / (1981∼1988) 대한노총 자문위원 / (1981∼1983) 동국대 부설 한국사회보장연구소 연구위원 / (1985∼1998) 한국사회복지학회 이사 / (1985∼2000) 한국노동연구소 이사 / (1988∼2005) 원광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1991∼2000) 한국사회보장문제연구소 자문위원 / (1992∼1997) 의료보험관리공단 자문위원 / (1994∼1997) 한국사회학회 이사 / (1995∼1997)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부회장 / (1997∼1999)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회장 / (1998.3∼1998.10) 의료보험통합추진기획단 위원 / (1998∼2003)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 제도운영자문위원 / (1998∼2002) 전라북도 지방재정계획심의위원 / (2000∼2005) 동국대학교 행정대학원 강사 / (2005∼현재) 동국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서울시립대 강사; NGO한국노년유권자연맹 부총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