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탈식민주의와 문화적 주체성에 대한 주장이 분야와 장르를 막론하고 강조되는 요즘이다. 한국 학계에 'Post-colonialism'이 소개 된 것은 1990년대 후반으로 후기-식민주의나 탈식민주의 이론으로 명명되었다. 개념의 정의와 시대 구분에 대한 다양한 기준, 담론들이 경합을 벌여 왔고, 지금은 '포스트-콜로니얼리즘'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쓰일 정도로 시간이 흘렀다. 과거에 'post'를 설명하는 데만도 여러 페이지를 할애했다면, 이제는 독립기념일을 기준으로 한식민 '경험'과 식민 '이후'의 구분이 현실적으로 식민 상태에서 벗어난 그 잔재를 청산하는 것과는 무솬한 것임이 자명해졌다. 많은 사람들은 신식민주의라는 '지속'된 식민주의적 상황을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을 포함한... 과거 식민지 국가들에서 포스트-콜로니얼리즘은, 독립 이후에도 치유하지 못한 제국의 전방위적 흔적들을 탈식민화(decolonialization)하는 총체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위의 긴 인용문은 번역자의 서문 중 일부이다. 더 나아가서 이책의 저자들이 말하려고 하는 속내를 더 들어보자. "포스트-식민주의는 단순히 시간적으로 식민주의 뒤를 이어 그것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식민주의 담론, 권력 구조, 사회적 위계에 관여하며 그것에 대항하는 개념이다. 식민화란 참으로 교묘해서 정치적인 영역을 침범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으며 독립 축하 기념식을 했다고 해서 식민화가 끝났다고 할수 없다. ... 따라서 포스트-식민주의는 반드시 시간성에 한정되지 않는 맥락 안에서 식민주의에 대한 반응을 지칭하는 개념이다."
이런 인식의 소산으로 이 책이 엮어졋다. 이것은 작금 우리 학계에 만연하는 지적 사대주의에 대한 하나의 출구를 열어 주기 위함이다. 그런데 포스트-콜로니얼리즘을 보는 시선은 대략 두 가지로 집약된다. 이를테면, 콜로니얼리즘, 즉 식민주의를 중심에 놓고 접두사를 무엇으로 놓느냐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포스트(post-:後 )로 놓을 것이냐 아니면 '디(de-:脫)로 놓을 것이냐 하는 것말이다. '프스트'로 놓으면 이런 관점에서는 전기 식민주의를 상정하고 또 다른 형태의 식민주의가 있다는 식으로 읽어서 이때 '포스트'는 당연히 '후기'이면서 전기 식민주의보다는 새로운 것이므로 신식민주의라는 이해가 가능하다. 이것은 다분히 시간의 연속성으로 보아 '후기'에 안착한다. 전기가 있고 다음으로 후기가 있다는 인식의 소산이 이런 것이다. 이런 식의 번역이라면 '포스트-콜로니얼리즘'은 '후기 식민주의' 이면서 전기 식민주의와는 다른 '신식민주의'라는 의미로 포진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미적지근한 대응은 곤란하다. 우리가 '포스트-콜로리얼리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비록 그렇다 해도 '포스트'를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길 안에의 사유하는 샛길이 또한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그것을 넘어선 사유, 그 안에 처해-있음의 무엇인 것이겠다. 이것이 '탈식민주의의 작업(decolonization)'이다. 이 축 안에서 읽을 때 포스트-콜로니얼리즘은 언제나 탈식민주의(decolonialism)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디콜로니얼리즘을 따르는 디콜로니얼리스트가 되려는 것이다. 이런 작업은 고단한 일이다. 그렇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다. 이것은 후기 식민서으로 재식민화된 우리의 사유 세계를 탈식민화의 길로 안내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런 작업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져 볼 요량이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며 쓸쓸한 인사를 건네는 이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날들이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주저않아 있는 여러분에게 역사를 사유하는 한 사람으로서 '나를 방해하기 위한 분투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 이라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이제 우리 교육으로 발길을 돌려놓아 보자. 현재 제도교육 속에서 행하고 있는 도덕 교육, 인성 교육 그리고 이와 연관된 담론질서는 건강한가. 그것들의 건강도를 이 책은 비판적으로 점검해 둔다. 그런후 그것들의 건강도에 대하여 낮은 점수를 매긴다. 그 전에 다음 텍스트를 살펴보자.
工夫란 무엇이오 行實이 압섭늬다 사람의 자 가 되야거든 집안에 잇거니 밧게 나오거니 어룬을 잘 섬기며 每事를 다 삼가고 다 밋부게하며 아모사람이거니 다 사랑하되 그中에서도 착한 사람 나보담 나흔 사람을 갓갑게 하야서 이런 일을 다 넉넉히 行한 뒤에사 工夫를 하시오.
<註>工夫만 한다고 사람되난 法이 업단말삼.
위 텍스트는 1909년 8월 1일 간행된 『少年』(총9호 제2년 7호 48쪽)에 들어 있는 「少年 」의 내용이다. 이것을 현대적인 필번으로 번안하여 행간에 물이 흐르도록 해놓자.
工夫란 무엇이오? 행실이 앞섭니다. 사람의 자식이 되어 집 안에 있거나 집 밖에 나오거나 어른을 잘 섬기며 매사를 다 삼가고 다 믿을 수 있게 하며 아무 사람이나 다 사랑하되 그중에서도 착한 사람 나보다 나은 사람을 가깝게 해서 이런 일을 다 넉넉히 行한 뒤에 工夫를 하시오.
<주석> 工夫만 한다고 사람 된다는 법이 없다는 말씀이다.
위 텍스트는 사람 되는 공부의 지평을 취급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화두로 다루고 있는 인격 교육이다. 그런데 대략 난감한 점이 있다. 이 동네를 그려내는 담론의 질서가 수입산 이론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 정작 우리 식으로 사람됨을 기르는 교육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초등 도덕 교육에서는 미국에서 지금 유행하는 'character education'을 직수입하여 이것이 기본 틀로 설계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 교육계의 곳곳에 이런 형국은 너무나 많다. 그런 것이 문제가 있음을 이 책은 알린다. 이제는 이와 같이 단순한 고발 차원으로 안위새서는 안 될 일이다. 보다 근본적인 사유와 이를 바탕으로 우리들만의 정치한 담론 개척이 있어야 한다. 그런 의도의 출발선상에 이책이 놓여 있다. 지금 비록 개혁 군주 정조의 탄식처럼 "해는 기울고 갈 길은 멀다" 하더라도 우리는 우리만의 그 길을 가야 하리라. 천천히 서둘면서 말이다. Festina lente!
경인년 깊어 가는 어느 가을날 필자를 대표해 서명석 씀
ㅣ 차례 ㅣ
첫째 마당 ㅣ 한국 교육의 이념과 인격 교육의 현재적 사유
제1장 대한민국의 교육이념과 교육목적에 대한 검토
1.왜 교육이념과 교육목적을 말하는가 / 2.대한민국의 교육이념 / 3.대한민국의 교육목적 / 4.글을 마치며
제2장 도덕,윤리,인성,그리고 인격_개념들 간의 가로지르기와 인격 교육의 개념틀
1.시작을 풀어내기 위한 단초들 / 2.콜로키움 광장 스케치 / 3.각 개념들 간의 멀미와 어지럼증 / 4.개념적 멀미의 진정과 정돈 / 5.미완의 완주로
둘째 마당 ㅣ 도덕 교육 담론의 지형도에 대한 비판
제3장 도덕 교육과 도덕과 교육의 딜레마
1.프롤로그_야누스의 어둠에 빠진 더덕 교육 / 2.도덕과 교육의 자화상_사족(蛇足)을 그리다 / 3.갈림길에 선 도덕과 교육 / 4.도덕 교육_바늘구멍 앞의 낙타 / 5.에필로그_도덕 교육의 재개념화를 위하여
제4장 도덕 교육의 발생사와 지형도
1.미래형 도덕 교육의 미래 / 2.도덕 교육,허상과 실상 사이의 불협화음 / 3.발생사_도덕 교과 탄생의 외적 논거 / 4.지형도_도덕도 윤리도 아닌 국민윤리 / 5.도덕 교육을 위한 반론과 변론 / 6.연금술의 극복을 위하여
셋째 마당 ㅣ 학교에서의 도덕 교육과 인성 교육의 실상
제5장 아이들의 바른 격(格)을 위한 여정
1.아이들의 인성의 질, 그 불편한 진실 / 2.아이들의 인성의 격(格)을 높이기 위한 허구적 상황 / 3.아니들의 바른 격을 위한 여정의 첫걸음 / 4. 길의 끝에서 다시 만나는 길
제6장 학교 현장에서의 인격 교육의 실태와 그것의 극복으로 가는 길
1.왜 아직도 인성인가 / 2.인성에서 인격으로의 전환 / 3.참을 수 없는 가벼움<1>_인성 교육 연구학교 / 4.참을 수 없는 가벼움<2>_모범어린이 표창 / 5.가벼움을 넘어 진중함으로
발문_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새로운 길을 묻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