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 이 책은 사회복지를 인권이라는 관점에서 연결시키고 싶어 했다. 그래서 다소 낯설지만 <여섯 개의 시선>이라는 영화로 이 책을 시작했다. 인권의 관점이 아니라 보호나 시혜의 관점으로 접근하게 되면 의도하지 않게 사회적 약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다음 영화는 사회복지의 초기 역사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사회복지의 역사를 관망할 수 있는 영화가 거의 없다는 면에서 <올리버 트위스트>는 제격인 영화이다.
그 다음은 사회보장제도에 관련된 영화들을 소개했다. 사회보험과 공공부조에 관한 영화들이다. <죤 큐>는 공공건강보험이 없어 힘들어 하는 미국 사회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영화이다. 의료보험을 다룰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책을 마무리할 무렵 느닷없이 의료보험을 정면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식코>가 등장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이클 무어의 작품인 데다가 이전의 작품보다 통쾌함을 선물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작품이라 생각해서 싣지 않을 수가 없었다. <풀몬티>는 자본주의 사회의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실업과 고용보험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는 영화이다. <천국의 아이들>은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이다.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삶의 빈 곳을 응시하는 감독의 따뜻한 시선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공공부조를 말하기엔 다소 부족한 듯하지만 빈곤에 대한 화두를 끄집어 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다음으로 사회복지 서비스와 관련된 영화들을 소개했다. 사회복지 서비스는 사람들에게 상담이나 집단적인 활동 등의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굿 윌 헌팅>은 사회복지상담의 기본을 말해 주는 영화이다. 상담은 이론과 틀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상담에서 다루는 몇 가지 기술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는 좋은 영화이다. <돌로레스 클레이본>에서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가 집대성한 방어기제를 소개한다. 의식이 무의식을 억압하고 이 억압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통해 방어기제의 다양한 면면들을 관찰할 수 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는 장애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시설의 폭력화 현상을 잘 고발하고 있는 영화이다. 장애인들이 탈시설화를 주장하는 이유를 논리가 아닌 감성으로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마지막으로 사회복지 분야론이라고 일컬어지는 영역에 관한 영화이다. 사회복지실천이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분야별로 대표적인 영화를 하나씩 선정해서 다루려고 했다. <가족의 탄생>은 전통적인 가족의 해체와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일상의 편린을 통해 성찰해 내는 놀라운 연출력의 영화이다. 영화와 같은 호흡으로 전통적인 가족복지의 해체와 재구성을 이야기하려 했다. <어바웃 슈미트>는 노년의 이야기를 과장 없이 그려낸 수작이다. 아울러 인간이 심리 · 사회적으로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죽어가는가를 함께 설명했다. <에블린>은 아동 양육방법에 대한 사회적 성찰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영화이다. 쉬운 말로 아동은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이다. <볼륨을 높여라>는 청소년기의 저항과 흔들림을 청소년의 논높이에서 바라본 숨 가쁜 템포의 영화이다. 꿈과 소통을 그리워하나 학교의 장벽에 막혀 있는 청소년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청소년복지 특히 학교복지를 말하고 싶었다. <날아라 허동구>는 장애인복지의 대표적인 이용자라고 할 수 있는 지적장애인을 다룬 영화이다.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다소 우화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지적장애인과 부모의 일상을 과장 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역할의 소중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이기에 망설임없이 채택했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여성주의 입장에서 여성들의 역량강화의 의미를 잘 보여주는 영화이다. 고기 하나 던져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아니 고기 잡는 법을 깨닫게 해 주는 것의 아름다움을 잘 표현하고 있다. <모던 타임즈>는 자본주의 사회의 대량생산 시스템을 가능하게 해 준 컨베이어 벨트와 과학적 관리 기법이 노동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래도 지속되어야 할 노동자의 희망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이를 통해 노동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산업복지를 맛보려고 했다. <오아시스>는 장애인을 다룬 영화로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고, 특히 평소 좋아하던 이창동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에 다루고 싶었다. 좋아하는 감독이고 잘 만들어진 영화이긴 하지만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
영화는 각 개인이 실핏줄처럼 연결된 정보화 사회의 핵심 컨텐츠로 자리잡고 있다. 영화라는 허구적 장르를 통해 사람들은 공통 분모를 발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서로가 가까워질 수 있는 길을 발견한다. 그 영화를 빌어 사회복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회복지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리고 사회복지가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공통의 삶이라는 것을 함께 느껴보길 바랐다.
그런 마음에서 쉽고 간결하게 시작한 책이다. 그렇지만 책속에서도 영화는 여전히 아름다운데, 사회복지에 대한 설명은 투박하고 거칠기만 하다. 간혹은 학자인 척 흉내내는 어려운 용어들도 여전히 눈에 뛴다. 삶이 보다 간결히재고 투명해지면 글도 따라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의 한계를 덮어 본다.
2008년 여름 미국 아리조나에서 유동철 씀
ㅣ 차 례 ㅣ
· 여섯 개의 시선과 사람의 권리
· 올리버 트위스트로 보는 사회복지의 초기 역사
· 존 큐는 왜 인질극을 벌야야만 했을까?
· 식코(Sicko)-의료보험에 관한 통렬한 보고서
· 풀몬티와 호쾌한 실업극복국민운동
· 가난한 천국의 아이들의 동화
· 굿 윌 헌팅의 마음을 여는 방법
· 돌로레스 클레이본과 프로이트
· 감사와 처벌에서 탈출하기-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에서 배우는 탈시설화의 의미
· 가족의 탄생-가족의 해체와 재구성
· 어바웃 슈미트-은퇴?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라야 한다-에블린의 해법
· 볼륨을 높여라와 청소년기의 심리사회학적 특성
· 날아라 허동구, 학교 가자 허동구?
·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와 임파워먼트
· 모던 타임즈의 자본주의적 노동
· 오아시스를 찾는 영원한 주변인
저자 소개
■ 유 동 철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서울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 · 박사
부산사회복지연대 정책위원장,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
부산장애인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ㅣ 저 서 ㅣ
『고용보험제도연구』(공저), 한울, 1994.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공저), 삼인, 2002.
『한국 장애인복지의 이해』(공저), 인간과 복지, 2007.
『장애와 차별』(한국학술정보, 2007 外 다수
ㅣ 논 문 ㅣ
“장애인 차별금지법의 잠재적 비용-편익 분석”, 한국사회복지학, 2005
“장애인 취업알선 서비스가 고용의 질에 미치는 영향”, 장애와 고용, 2008 外 다수
■ 장 명 희
동의대학교 대학원 석사
전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동의대학교 시간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