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상세정보


어린이로부터 출발하는 미술교육

저자오종숙

  • 발행일2010-06-10
  • ISBN978-89-596-4606-7
  • 정가19,000
  • 페이지수404
  • 사이즈4*6배판
  • 제본무선

도서 소개

책을 펴내며

미술교육에는 다른 교과와는 다른 특이한 현상이 있는데 일정 시기에 표현의 위기를 맞아 대부분의 아동이 극복해내지 못하고 미술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학자들은 이 시기를 만 11세경으로 보고 있지만 오랫동안 아동들을 관찰해 온 나의 경험으로는 우리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훨씬 더 이르다. 또 아동들은 일정 시기에 도달한 후 위기를 맞는 것이 아니라 매 연령마다 그 시기 나름의 다양한 양상의 어려움과 맞닥뜨리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어른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들의 표현발달의 과정에는 위기가 도처에 노정되어 있는 것이다. 아동들이 표현에서 겪는 어려움이 늘 위기로 느껴지는 이유는 거듭되는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 위축되어 점점 더 자신감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경우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그림을 좀 자유롭게 그릴 수 있는 시기는 흔히 아동화의 황금기로 불리는 6~7세 사이 2년 남짓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은 어린이들이 표현에서 겪는 어려움들에 대한 교사들의 전문적인 지원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에서의 모든 영역은 교육을 받아 갈수록 더 나은 발달이 이루어지는데 미술교육은 11세를 전후로 오히려 발달이 U턴을 하고 있고 여전히 이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20세기 내내 미술 교육자들은 표현의 발달은 마치 아동의 자연적인 성장과 발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여겨왔다. 그런 연유에서인지 아동들이 겪는 표현의 어려움에 대한 전문적인 지원전략의 개발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미술교육학자들로부터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또 20세기 후반에 오면서 실기 중심의 미술교육에 대한 비판이 일어 미술이론이나 비평교육으로 미술교육의 내용이 확대되고 인지적 과정으로서의 미술이 강조되고 있음에도 미술교수-학습 과정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그런데 일반교육에서는 교육현상에 대한 재개념화 운동 그리고 구성주의에 이어 사회구성주의가 등장하면서 교육과 아동 그리고 교육과정을 새롭게 재개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활발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학습에서의 반성적 사고를 통한 사고의 재구성 그리고 학습공동체 안에서의 상호협력과 공동체의 의미 만들기(meaning-making)에 의한 탐구의 여정 등이 교수-학습 과정의 주된 쟁점이 되면서 아주 다양하고 섬세한 전문적인 지원전략들이 아동들에 대한 장기간의 관찰에 의해 기록들을 바탕으로 발전되어 왔다. 미술교육에서도 반성적 사고에 의한 사고의 재구성을 통해 누구든지 작품이 가능하다고 보기에 종전에 표현(expression)이라고 부르던 것을 이제는 제작(making)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즈음에 일어난 변화이기는 하다.
그런데 최근에 홍수처럼 밀려드는 시각문화 자료들을 비판적으로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비판 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 시각문화미술교육이 미술교육의 주된 흐름이 되면서 미술에서도 시각적 쓰기보다는 시각적 읽기에 더 중점을 두는 경향이 강해졌다. 그런데 10세 이전에는 역시 제작활동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한 Art propel의 연구결과에서 보듯이 실제 아이들의 대부분의 미술활동은 비평 활동보다는 그리고, 만들고, 꾸미는 등의 제작활동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읽기(비평)와 쓰기(제작)는 분리되어 이루어지기보다는 한 데 통합되어 순환되는 과정을 통해 상호보완적으로 더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한편 그렇게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아동들은 대부분 다른 교과에 비해 미술시간을 더 좋아한다. 이로써 미술교육은 타 교과에 비해 강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나는 어쩌면 바로 이러한 강점 때문에 오히려 더 교수-학습 과정에 대한 연구가 다른 교과에 비해 그만큼 더딘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나는 오랫동안 교사 전직교육과 현장에서 아동들을 교육하며 연구와 실천을 병행해 왔다. 30년 전인 초기에는 아동중심교육을 바탕으로 가능한 창의적인 표현의 기회를 많이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었다. 주제, 재료, 기법의 세 단계에서 가능한 많은 것을 아동이 스스로 선택하여 그들의 관심과 흥미를 기반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그리고 이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작업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수많은 선택과 문제해결에 대해 언어적 상호작용을 통해 그들을 지원하도록 하였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재료를 구비하여 아동들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도록 하였다. 미술학습 과정에서 일어나는 주된 선택을 아동이 스스로 하기 때문에 더 없이 좋은 교육이라 생각했다. 그럼에도 직접 현장에서 아동들을 만나보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아동들은 그림을 그리면서 그려내고자 하는 수준과 그려진 수준 간의 차이가 너무 커 만족하지 못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지만 스스로의 힘만으로 그로부터 벗어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나 자신도 어떤 방식으로 얼마만큼 개입을 하여 지원해야 하는지 몰라 그대로 두고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한 연구물이나 자료도 찾기 어려웠다. 그러면서 아동들이 표현의 위기를 맞고 갈등이 증폭되면서 아예 미술에 흥미를 잃는 것을 수없이 목격해야 했다. 그때 나는 만일 이 표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지원할 수 없다면 미술교육의 존재가치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인가 하는 회의를 갖게 되었다. 그 후 나의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어린이들이 이 표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에 모아졌다.
그런 갈등 중에서 만났던 새로운 교육이 바로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이었다. 이 교육은 처음에 미술을 통한 통합교육처럼 다가왔는데 프로젝트 방식의 교육으로 시각적 언어를 더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레지오 어린이들의 시각적 상징 능력이 그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수준이었다. 마치 빛을 본 것 같았다. 그 후 나는 이 교육과의 만남을 통해 교육과 아동,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과정에 대해 재발견하게 되었다. 레지오 교육자들의 40년에 걸친 열정과 헌신을 통해 아동들의 대화를 기록 작업하여 그를 바탕으로 아동들을 지원해 오면서 발달시켜온 교수-학습에 대한 그들의 전문적인 지원전략들은 그때까지 어디서도 보지 못한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아동들의 활동 속에서 학습이 일어나려고 하는 순간을 포착해내는 교사들의 민감함, 그에 적합한 다양한 지원전략들, 학습의 여정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아동들의 자율적인 전략으로 해결하도록 이끄는 사려깊은 교사들, 어린이들을 자극하는 풍요로운 매체들, 아름답고 정갈한 환경, 교사와 교사, 학교와 지역사회 간의 협력 등 이 모든 것이 어떤 교육이론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아동과 함께 그들이 살아낸 경험으로부터 온 실천적 지식들이었기에 더욱 생생했고 놀라웠다.
그들에게는 실천으로부터 나온 이론들뿐이었다. 수많은 교육철학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지만 그 안에 갇히지 않고 자신들의 경험을 해석하는데 그리고 지평을 넓히는데 의미를 두고 있었다. 그리고 어린이들의 대부분의 일과를 작업에 할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일반교사와 미술교사 간의 협동교수협의를 통한 협력교수를 하고 있었기에 미술교육자로서 더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기도 하였다.
그 이후 오늘, 우리의 현장에 이 새로운 교육을 실천한 경험을 이렇게 책으로 묶어내기까지의 15년간은 교육에 관한 기존의 이미지들을 끊임없이 재개념화하고 재구성해 간 시간들이었다. 현상학적이고 해석학적이며 그리고 포스트모던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이 교육을 이해하고 기록작업을 통해 실천해내기까지의 15년은 결코 쉬운 여정이 아니었다. 실증주의 교육과정에 의해 교육받아 왔고 교육을 해 왔기에 습관으로 굳어진 나의 사고방식과 행위를 개혁한다는 것은 늘 어려움의 연속이었기 때문이었다. 현실적으로는 아동들의 교수-학습 과정에 대한 관찰과 그에 대한 기록 작업은 너무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또 책의 분량 제한으로 여기에 거의 싣지 못했지만 배워본 적이 없었던 현상학과 해석학에 대한 공부도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아동을 존중하고 그들의 맥락을 바탕으로 그들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지원해 온 결과 우리의 어린이들도 역시 놀라운 존재임을 나는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표현의 위기를 넘어서며 나이 들어갈수록 자신이 원하는 것을 거침없이 그려 낼 수 있게 되면서 표현의 어려움으로부터 점점 더 자유로운 그래서 행복하고 자신감에 찬 아동들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이 과정은 아동들의 자신의 그림에 대한 비평적 읽기(자기평가)-표현상의 문제점 파악-해결을 위한 표현전략의 고안-재구성 그리고 만족할 때까지 이 과정을 순환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결국 비평과 제작이 한 데 통합된 미술교수-학습인 것이다.
나는 이제 레지오부터 영감을 받은 프로젝트 방식의 이 미술 교육을 특히 아동들의 자율적인 전략들로부터 생겨나 그리고 그들의 욕구에 바탕을 두고 그들의 다양한 맥락에 대한 오랜 실천을 통해 여전히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남은 교수-학습에 대한 전문적인 지원전략들로 가득한 이 교육을 “어린이로부터 출발하는 미술교육”이라 부르게 되었다. 또 이 교육은 아동들 개개인의 해석과 맥락을 존중하는 교육이기에 달리 부르면 ‘해석학적 관점의 미술교육’이기도 하다.
“어린이로부터 출발하는 미술교육”은 Ⅰ부에서 최근 교육학에 일어난 교육 재개념 운동을 21세기 패러다임의 변

저자 소개

■ 오 종 숙

저자는 학부에서 초등교육과 미술을 두 차례의 석사과정에서 서양화와 유아교육을 박사과정에서 교육철학 등을 공부하며 아동미술교육에 대한 연구를 계속해 왔다. 초기에는 만 11세 이후에 대부분의 아동들이 표현의 위기를 겪으며 그림에서 멀어지는 현상에 주목하고 아동들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교수-학습 방법과 지원전략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했다.
그리고 14년 전 이태리의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아동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이 새로운 교육을 우리 현장 접목을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그 과정에서 2003년 「레지오에밀리아 교육 사상과 실천」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특히 저자는 레지오 방식의 프로젝트에서 ‘순환성’과 ‘발현’에 대한 해석학적 탐구를 통해 매체의 순환과정에서의 비평적 읽기, 아동들의 맥락에 맞는 문화적 자료지원, 풍요롭고 섬세한 매체지원을 통해 우리 아동의 놀라운 힘을 재발견해 내게 된다. 그동안 저자가 일하는 아뜰리에 교육연구소에서 수행했던 장기 프로젝트 200여 사례, 또 아동들의 학습이 발현하는 순간을 포착하여 적합한 지원을 한 Classroom moment 또한 220여 사례에 달한다.
서울교육대학교, 고려대학교, 홍익대학교 등 학부와 대학원, 박사과정에 강의를 해 오고 있으며 백석예술대학 아동미술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리고 삼성어린이박물관 개관 프로젝트에 선임연구원으로 참여했으며 국립 현대미술관 부설 어린이미술관 개관 준비에서부터 개관 이후 14년에 걸쳐 자문위원으로 어린이미술관을 지원해 왔다.

『 저 서 』
『유아미술교육의 이론과 실제』, 『 어린이를 위한 교실 환경구성Ⅰ,Ⅱ』, 『어린이를 위한 모빌 100선 Ⅰ,Ⅱ』 공저,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의 이해와 적용』, 『어린이들의 자화상 프로젝트』 등이 있다. 논문은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에서 순환성에 대한 해석적 이해, 레지오 에밀리아 교육에서 발현의 의미에 대한 해석적 이해, 프로젝트로 드러나는 아동 일상의 현상학적 의미, 프로젝트로 드러나는 아동 일상의 교육적 의미, 아동대화의 ‘대화다움’에 대한 해석적 이해, 프로젝트 학습에서 아동의 상호주관성과 미술표현과의 관계에 대한 해석적 이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