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삶의 경험 속에서 나온 현자의 가르침일 것이다. 이 가르침은 학문의 세계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본다. 우리가 미술을 이해한다는 말을 흔히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또는 그 의미는 무엇인가가 다소 모호하다. 특히 최근의 현대미술은 인식론적인 세계를 지향하는 바, 그 해석에 있어 무한히 확장되는 주관적 이해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할 수 있다.
본 책은 ‘현대미술의 이해’는 장황하게 전개되는 현대미술, 특히 동시대미술(Contemporary Art)이 지닌 난해함과 변화무쌍한 경향과 이론의 원인을 근본에서부터 접근하기 위해 쓰여졌다. 따라서 우리가 직접 암중모색하듯이 현대미술의 장에 뛰어들기보다는 그 원천이 되는 미술의 흐름과 개념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20세기를 전후한 미술의 근본을 찾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바야흐로 근대미술과 단절되는 현대미술(동시대미술이 아닌)의 시작이랄 수 있는 그 곳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즉, 현대미술의 출발지로 돌아가서 차근히 현대미술, 더 나아가 오늘날 동시대 미술의 본질 속에 숨어 있는 키워드를 찾을 수 있는 배경을 짚어보고자 한다.
오늘날 쉽게 현대미술의 시작은 후기인상파 미술을 기점으로 삼는다. 이는 후기인상파 작가들인 고흐, 고갱, 세잔에서부터 시작된 전통적 회화의 단절의 구체적 양상들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뒤따르는 전환기 미술, 즉 표현주의, 야수파, 입체파 등이 탄생하였으며 종국에서는 추상파 미술이 태어나게 된다. 물론 근대미술에 대한 현대미술로의 변화의 조짐은 인상파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근대의 유산인 명암법과 원근법의 단절의 구체적인 사례는 후기인상파에서 비롯된다.
다라서 본 책에서는 후기인상파에서부터 현대미술의 장을 펼쳐보고자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화에 국환된 것이기는 하지만 인상파 이후 미술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전통미술과 구별되는 눈에 띄는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주제적인 측면에서 인상파의 선구자로 평가되는 마네는 인상파 이전 회화가 ‘무엇인가’라는 내용에 맞춰졌다면, 주제 이전의 ‘어떻게 그리는가’라는 표현방식을 고민함으로써 현대성의 단초를 잡아내고 있다. 이는 많은 부분 당시 화가들을 위협했던 사진기법에 깊은 영향을 받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사진이 바라보는 방식, 즉 망막을 자극하여 찍어내는 기법은 당시의 은 화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즉, 사진술을 흉내내는 측면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동시에 당시의 은 화가들은 사진이 보여 주는 재현능력과 대결하기를 포기하고 회화만의 가치를 찾아 떠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일본화의 영향과 광학(光學)의 발전에 따른 색채원리, 튜브물감의 발견 등도 또한 새로운 미술의 지평을 열어가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인인 사진의 영향에서 비롯된 인상파가 망막적 현상을 충실히 수용하고 밝은 햇볕을 잡아낼 수 있었지만, 과학적 사실주의 그뿐이었다. 즉, 그것을 넘어서는 인식의 전환이 뒤따르지 못했다는 점에서 결국 ‘인상파의 한계’가 있었으며, 이의 극복지점에서 ‘현대미술의 시작’을 이해할 수 있다. 그 지점에서 바로 후기인상파 작가들의 천재성이 빛을 발휘한다.
어쨌든 후기인상파에서 시작된 인상파의 극복의 특징들이 바로 20세기 현대미술의 씨앗이 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의외로 피상적으로 취급받는 이 시기부터 다시 한번 되돌아보며서 이후 전개되는 20세기 현대미술사의 흐름들과의 연계성을 짚어보는 것이 현대미술의 큰 틀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취지에서 써 내려간 본 내용은 후기인상파 미술을 시작으로 총 5개의 파트로 이루어지는데, 크게 후기인상파 미술과 전환기 기술, 추상파 미술, 다다와 초현실주의, 마지막으로 추상표현주의 및 그 이후 1960년대 팝아트까지로 한정한다.
본 책에서 출발점으로 삼고 있는 후기인상파 미술은 물론, 뒤이은 20세기 초중반 미술에 의해 태어난 새로운 미술 개념들로 연결되고 결합되면서 또 다른 현대미술을 탄생시키게 된다. 결국 오늘날 같은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난해함의 총체로서의 미술의 현주소로 이어진다. 전통의 파괴에서 비롯된 현대미술이 우리에게 미치는 중요성은 이와 같이 혼란스러운 인식의 요구 속에서 고정관념을 깨트릴 수 있는 단초를 만나게 해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결국은 새로움과 행복의 시간이 채워지고, 자유와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여지를 얻게 될 것이다.
그 현대미술의 초심의 지점이 바로 이 책의 시작점이다.
2013년 3월 저자 홍 창 호
l 차 례 l
PART 01 후기인상파 미술
후기인상파 미술의 형설배경과 조형적 특징 / 후기인상파 미술의 전개양상 / 후기인상파 미술의 대표작가와 작품
PART 02 전환기 미술
야수파 미술 / 표현주의 미술 / 입체파 미술
PART 03 추상파 미술
추상파 미술의 전개 / 추상파 미술의 출현배경 / 추상파 미술의 대표작가와 작품
PART 04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미술
다다이즘의 전개 / 다다이 특징 / 다다의 대표작가와 작품 / 초현실주의 미술 / 초현실주의 미술의 주요 특징과 기법 / 초현실주의 대표작가와 작품
PART 05 추상표현주의 및 그 이후
추상표현주의의 전개 / 추상표현주의 미술의 특징 /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작가와 작품 / 팝아트
■ 홍 창 호(한서대학교 예술학부 교수 / 미술학 박사)
저자 홍창호 교수는 1961년 충북 태생으로 중앙대 예술대와 뉴욕 Pratt 대학원 회화과, 홍인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현재 한서대학교 예술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작가로도 활동하는 저자는 대학에서 여러 해 동안 미술감상법 강의와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2010~2011년 미국 브라운대학에서 연구교수로서 강의와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으며, 브라운대학 List 아트센터와 미국 리퀴텍스사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저서로는 『미술감상법』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현대회화에 있어서 사진의 복제와 인덱스 특성에 관한 연구(박사논문)"와 기타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