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화를 배운 지 30년이 지나간다. 수화 통역이랴 가르치랴 강산이 변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세월만 훌쩍 넘기고 있다. 수화를 배우는 비장애인의 수가 늘어날수록 농아인 삶의 질도 나이지리라 기대한다.
14년 전 국내 처음으로 컬러화 된 지면의 교재를 만들며 색깔과 어휘의 관계를 연구하느라 빨간색, 파란색, 하얀색 등의 옷을 바꿔 입으며 준비하던 과정은 행복 그 자체였다. 손짓으로 농아인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분명 있을 것이라 흥분하며 격려하던 은사님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다시 용기 내어 후배님들과 책을 내려고 한다. 제한된 지면 내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어휘들을 선택하려니 두려움이 앞선다. 하지만 그동안 사회는 많이 변했고 특히 장애인 장애인 관련 법령의 제정과 개정은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수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회인의 책무를 다 하기 위해서 업무와 관련된 기본적인 수화는 알아둬야 하는 시대이다. 그렇지 않으면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도 있다. 수화를 배워 사회에 나가 농아인과 함께 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어휘의 수를 늘러려 한다. 이 책에 나온 단어만으로 충분히 문장을 만들고 생각과 감정을 나누기에 모자람이 없기를 바란다.
30년 전만 해도 수화하는 비장애인이 없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온갖 통역을 도맡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사회의 변화로 전문통역사들과 제자들도 많이 나와 흐뭇하다. 그러나 그중 몇몇은 비장애인 관점에서 표현하여 농아인에게 필요하기는커녕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안타깝다.
최근에도 모 방송국의 기념식 노랫말 중 ‘우리가 간직함이 옳지 않겠나~’를 그대로 직역을 하는데 <우리>, <간직하다>, <옳다>, <아니다>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식이면 ‘우리가 간직하는 것은 옳지 않다.’로 이해하게 되니 <우리>, <간직하다>, <옳다>로 통역하는 것이 정확하다.
수화 통역하는 사람들은 늘 생각하고 공부해야 한다. 새로운 어휘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농아인 사회에서 오랜 세월 표현해 온 관용적 표현을 배우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고민해야 한다. 제2의 삶을 농아인과 함께 하려는 후배들에게 농아인과 수화의 특성, 한계 등을 알게 해 선배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이게 도우는 것이 선배의 역할이다. 소리를 듣지 못하고,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큰 장애이다. 소리를 듣고 말을 하며 익힌 지식과 경험으로 농아인을 보려고 하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의외로 많아 그 사회에서 필자가 느꼈던 역차별로 많이 슬프고 우울했다. 그들이 주류 사회에서 진작에 느꼈을 그 기분, 그러기에 후배는 선배의 어깨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농아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분들과 그분들의 마음이 통하고,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이 그들 사회에도 끝없이 순환되길 희망한다. 이 책이 있기까지 특별히 제자와 후배의 공이 크다. 농아인 사회에서 빈번하게 사용되고 디지털 시대에 맞춰 생성된 어휘들을 선택하고 표현하는 데 주저 없이 동참하였다.
오래전부터 대표저자는 또 다른 수화책 ‘불교수화’, ‘baby talk’, ‘아이사랑 손말’, ‘의료수화’, ‘의료수어’, ‘생활수어’, ‘응급수어’, ‘민원수어’, ‘수어노래’등의 책을 출판하며 상상했다. 업무와 관련 있는 분들이 수화를 배우는 모습과 수화를 사용하여 농아인과 소통하는 모습을…말의 생명은 쓰기에 달렸기에 생각만으로도 행복했다. 장애인 관련 법령의 제정과 개정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그 범위가 넓어지고 세분화되고 강화될 것이다. 장애인이 살기 편안해야 더불어 사는 비장애인도 편안하기에 비장애인의 의식에도 큰 변화를 재촉한다. 책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고맙지만 더 나은 교재 개발에 도전하는 후배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끝으로 이 책이 농아인의 밝은 미래를 앞당길 수 있는 밀알이 될 것을 굳게 믿으며, 아무쪼록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장애인, 그들은 우리의 미래 모습이다. 그들이 우리의 손짓과 함께 행복하길 희망한다. 끝으로 농아인협회 관계자와 도움을 주신 농아인과 안혜정님, Eugene Park(박상구)님, 홍지현님, 양서원 박철용 회장님께 손짓으로 소리나눔 사랑나눔을 한다.
세상의 모든 손들과 더불어 …
2013년 저자 일동
ㅣ 목 차 ㅣ
첫번째 시간 : 수화와 농아인에 대한 이해
두번째 시간 : 지화와 숫자 및 알파벳
세번째 시간 : 인사
네번째 시간 : 가족
다섯번째 시간 : 학교
여섯번째 시간 : 요일과 시제
일곱번째 시간 : 교통
여덟번째 시간 : 병원
아홉번째 시간 : 경제
열번째 시간 : 흔히 쓰는 단어 Ⅰ
열한번째 시간 : 흔히 쓰는 단어 Ⅱ
열두번째 시간 : 반대말
열세번째 시간 : 삼강오륜, 주자 십회훈, 권학문 주자훈
열네번째 시간 : 수화노래
열다섯번째 시간 : 관용수화와 문장식 수화
■ 강 주 수
부산대학교 행정학 석사(사회복지학 전공)
현, 춘해보건대학교 사회복지과 겸임조교수
동서대학교 교양교육원 출강, 부산지방 및 고등법원 수화통역사, KBS부산방송총국 수화통역사
SLI(Sign Langage Institute)대표, SIGN2ME 자격증 취득(미국 baby talk)
< 저서 >
불교수화(부다가야, 1998) / 의료수화(으뜸출판사, 2004) / 소리나눔 사랑나눔(공저, 춘해출판사, 2000) / baby talk(하나출판사, 2006) / 생활수어(하나출판사, 2006) / 응급수어(하나출판사, 2006) / 아이사랑손말(하나출판사, 2007) / 의료수어(공저, 하나출판사, 2008) / 민원수어(하나출판사, 2008) / 재밌는 수어노래 교실(공저, 하나출판사, 2011)
일요스페셜; 금연(시청각 교재): KBS부산방송총국 공동제작, 2001
환경스페셜: 애완동물의 경고(시청각 교재): KBS부산방송총국 공동제작, 2001
생로병사의 비밀: 많이 먹으면 독이 되는 세가지-설탕, 소금, 지방(시청각 교재): KBS부산방송총국 공동제작, 2005
일요기획: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시청각 교재): KBS부산방송총국 공동제작, 2006
■ 손 제 연
현, 부산농아인협회 수영구지부 팀장
춘해보건대학교 겸임교수, 부산지방 및 고등법원 수화통역사, KBS부산방송총국 수화통역사
-재밌는 수어노래 교실(공저, 하나출판사, 2011)
■ 권 영 미
현, 부산농아인협회 수영구지부 수화통역사, 춘해보건대학교 출강
-재밌는 수어노래 교실(공저, 하나출판사, 2011)
■ 신 예 린
현, 부산농아인협회 실장
동주대학 출강, KNN 부산방송 수화통역사, 부산시 인터넷 방송 수화통역사, 해운대구 인터넷 방송 수화통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