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생활교육에 대한 공감과 요구와 기대
가족, 생활, 가족생활. 다 어렵고 힘든 말이다. 학문적으로도 어렵고, 실제 나의 삶의 모습으로도 힘들다. 가족학과 가정교육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면서, 읽고 쓰는 글, 전하는 말 속에서 매번 셀 수도 없는 간극을 느끼며 틈새를 본다. 그러니까 나의 이 전공은 이론을 현실에 맞추려고 하든지, 현실을 이론으로 설명하려고 하든지 뭔가 늘 깨어 움직여야 하는 생물과도 같다. 아마도 그것은 ‘일상’을 다루면서 그 내재된 숭고함에 대한 신뢰와 솔직함의 미학을 동시에 품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나라가 잘살게 되면서부터 우리는 왜 소중한 것을 잃어가고 있을까’ 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족은 문제이기도 하고 답이기도 한 것 같은데, 우리는 왜 가족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지지 못하는 것일까? 이런 상황에서 ‘가족생활교육’이란 용어는 참 아련하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하고, 마중물 같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제출하는 탄원서 같기도 하다.
여하튼 나는 사람들이 자신의 현재와 미래의 가족생활을 들여다보고 기대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가족생활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가족생활을 가능하게 해 주는 그 많은 사물들이나 수단들, 그리고 가족생활을 유지시켜 주는 환경들과 아름답게 소통하면서 가족생활을 멋지게 향유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이 책은 이런 마음으로 가족생활을 이해하고 교육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나의 고민과 생각을 담아보고자 한 것이다. 그 과정이 쉽거나 간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부디 이 책을 읽는 사람에게 그것이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의 구성 및 특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첫째, 이 책은 가족생활교육의 기초 이론서, 또는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도록 하였다.
가족생활이 교육과 만났을 때, 가족생활을 교육하고자 할 때, 그래서 그 독자적 정체성과 전문성을 갖추고자 할 때,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접점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자 하였다. 즉, 가족생활교육은 가족생활에 대한 이론적 접근과 교육이론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그대로 던져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가족생활교육 분야에 요구되는 학문적 기초란 무엇이며, 무엇이 이론적 토대가 되어야 하는가, 어떻게 이론적 구성요소를 체계화할 것인가를 고려하여 가능한 그 대안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그러다 보니 가족생활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도 필요했고, ‘교육’에 대한 논의를 포함함으로써 가족생활교육만의 고유한 색깔을 드러내는 일도 필요하였다. 그 노력으로 가족생활교육을 둘러싼 쟁점과 가족생활교육의 실천의 장을 논의하였으며, 가족생활교육을 정체성, 정당성, 전문성, 합리성의 관점으로 접근하여 보았다. 가족생활교육의 계획, 수행, 평가는 논리적 일관성을, 실천에는 이론과 실제의 질서를 찾을 수 있도록 하였다. 가족생활교육에 대한 여타 학술서들이 각자의 특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이 책도 그러한 특성 중 하나로 보아주기를 기대한다.
둘째, 이 책이 가족생활교육 교과목의 교재로 사용될 수 있음을 고려하여, 가능한 교재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전체 내용을 4부, 13장으로 구성하였는데, 1부에서 4부까지 논리적 연계성을 갖추는 것은 물론, 각 장의 구성 및 규모와 수준도 고려하였다. 1부에서는 가족생활교육의 정의, 관점, 기본 가정과 접근, 과제, 쟁점, 기능, 실태 등, 가족생활교육을 이해하기 위한 모든 방식들을 통하여 가족생활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구하고자 하였다. 2부는 가족생활교육을 두고 왜, 무엇을, 누가, 어떻게와 같은 질문에 대하여 답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탐색하였다. 즉, 가족생활교육의 성격, 목적, 내용, 방법 등, 가족생활교육의 정당성, 정체성, 전문성, 합리성이라는 이론적 구조를 구축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3부에서는 가족생활교육의 실천에 대한 이론으로서 1, 2부에서의 논리를 연결하여 가족생활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에서부터 평가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하였다. 4부는 1~3부의 학습을 점검하고 이를 반영하여 가족생활교육을 실천하는 다양한 장면에 대한 실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아울러 각 장에는 서두에 ‘문제제기 및 탐구’를 제시함으로써 각 장에서 전개하고자 하는 내용을 분석적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하고, 그 내용들이 어떠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가를 담음으로써 교육과 학습의 방향을 명료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각 절의 말미에는 ‘포인트’를 두어 전개된 핵심 내용들을 요약·제시함으로써,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고 학습의 방향을 재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이 책은 우리나라 가족생활교육의 정체성을 찾고 가족생활교육의 실천적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다른 어느 것보다 가족생활은 그 문화적, 사회적 토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므로 가족생활교육도 당연히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가능한 우리 식의 가족생활교육의 모습과 실제를 파악하는 것에 우선적 관심을 두었다. 그것이 우리의 학문적 자존감이자 후학을 위한 책무감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조심스러운 시도이기는 하나 가정과 학교에서의 가족생활교육을 제시한 것과 우리나라 가족생활교육의 역사에 대하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것도 그러한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러한 관심이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가족생활교육의 학문과 실천 분야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편, 이 책은 가족생활교육이 실천학문 분야로서의 위상을 갖게 하기 위하여 가족생활교육 프로그램 개발은 물론, 교육으로서의 수행과 사업 제안으로서의 수행, 수행 후 평가에 이르기까지 현실적인 장면의 모습과 요구되는 내용들을 담고자 노력하였다. 교육의 장면에는 교육의 전략과 구체적 실행과정을 포함하고, 사업의 제안에서도 전략적 방안을 제시하였다. 특히 프로그램 개발, 분석·평가, 교육, 사업 제안 등, 구체적 접근으로서의 실습을 통해 가족생활교육자로서의 총체적이고도 실제적인 전문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하였다.
위와 같은 의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이 책의 미흡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던 순간부터 마무리되기까지 매 순간 계속해서 그 부족함을 밖으로 드러내 놓기 위한 용기가 필요했다. 책을 쓰는 내내 나의 복잡한 심경과 생각들이 흩어졌다 모이기를 얼마나 수없이 반복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뭔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구도적(求道的) 간결함과 평정심에 대한 나의 소망과 보이지는 않으나 나를 지지해 주는 힘, 그리고 주변의 끊임없는 격려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진심이다.
이 지면을 통해서 우선 앞서 우리나라 가족생활교육의 학문적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애써 왔던 많은 학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분들의 학문적 성과가 없었다면, 이 책을 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많은 부분 인용한 이들의 연구 결과들은 벽돌 한 장 한 장이 되어 이 책을 쌓아나갔다.
학문과 인생의 스승이신 김양희 교수님과 중앙대학교 미래가족연구회 문영소 회장님 이하 회원들에게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연구회 회원들은 함께 ‘가족’을 연구하는 인연만이 아니라, 삶에서는 긴 세월 내내 마음까지 나누어 오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이 책의 초고를 읽고 평가해 준 이영세 원장님, 어성연 교수님, 백선아 박사, 임소진 선생께도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공주교대의 제자 최정원, 홍영주 학생은 기말고사를 앞두고도 기꺼이 자료정리를 도와주었다. 물론 사랑하는 가족, 남편과 두 아들은 말할 나위가 없다. 내게 가족은 살아 있는 교재인 셈이며, 내 공부의 실체이다. 감사하며 겸손해져야 하는 이유이다.
양서원출판그룹 박철용 회장님 이하 출판을 위해 수고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특히 내가 책을 쓰는 두려움에서 나아가기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 주신 방승준 상무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내 생각과 언어를 이렇게 아름다운 책으로 만들어 주셨다.
끝으로, 이 책을 읽는 분께는 책 속의 불충분한 지식과 정보를 지적해 주고,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질책해 주길 부탁한다. 나는 그것이 학문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의 공부가 부족해 이 책에 다 담아내지 못한 내용들, 미흡한 내용들은 앞으로 계속해서 보완해 나갈 것을 약속한다.
‘가족’ 관련 학문을 전공하는 후학들에게 이 책이 작은 힘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나는 가족을 둘러싼 현재 우리 사회의 시대적 공분(公憤)이나 무기력은 머지않아 가족생활교육에 대한 온전한 사회적 공감(共感)과 요구, 기대로 변화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이 책을 통해 가족생활과 가족생활교육에 대한 학문적 열정을 갖고 그 열정과 공감이 사명감으로 확산되어 가기를 기대한다. 또한 이 책을 앞에 놓고 우리 앞에 놓여진 시대적 과제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해 보기를 바란다.
2013. 7. 저자 전세경 씀. 敎學相長
ㅣ 차 례 ㅣ
PART 01 가족생활교육에 대한 기본 이해
CHAPTER 01 가족생활교육의 정의 및 관점
1. 가족생활교육과 관련된 용어의 개념 및 정의 / 2. 가족 및 가족생활교육에 대한 관점
CHAPTER 02 가족생활교육에 대한 기본 가정과 쟁점 및 과제
1. 가족생활교육에 대한 <
■ 전 세 경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학과
중앙대학교 대학원 가정교육전공(가정과 석사, 이학박사)
현재, 공주교육대학교 실과교육과 교수
【주요 저서】
초등학교 수업을 위한 식생활교육(2004)
재량활동 프로그램-프로젝트중심학습(2007)
가족과 생활문화(2009)
결혼과 가족(2010)
건강, 환경, 배려의 녹색식생활교육(2011)
실과교육의 이해(2011)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