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정신보건에서 일하고, 연구한 지 30여 년이 다 되어간다. 참 많은 일들이 떠오른다. 제일 처음 친구 따라 자원봉사 갔던 병원의 조용함과 서먹함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면서 만났던 수많은 환우들 또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으로 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하루에 수십 번 같은 말을 반복하던 A 씨, 언제나 같은 자리에 앉아 혼자 중얼거리다가 내가 지나가면 멋쩍게 웃던 B 씨, 항상 행복하다며 복도 낙서게시판에 ‘I am happy’라고 쓰던 C 씨, 엄청나게 마른 몸에도 배가 나왔다며 음식을 거부하던 D 씨, FBI가 자신을 쫓는다며 불안하게 복도를 서성이던 E 씨, 그들에 대한 기억이 참으로 뚜렷하다. 그들을 떠올리면 내 기억 한쪽 구석에서 그 가족들의 고통, 분노, 불안, 슬픔, 좌절이 함께 떠오른다. 정신장애는 한 개인의 장애이지만, 가족에게도 큰 상실이자 고통이다. 특히 일차적 보호를 제공하는 사람은 삶 전체를 뒤흔드는 정체성 변화를 경험해야 한다. ‘나 죽기 전에 저 아이부터 죽어야 내가 눈을 감는다’던 어머니의 절규, ‘그냥 팔자겠거니 하고 자식만 바라보고 산다’던 젊은 부인의 절망에 한없이 무력하고 비겁했던 나 자신을 기억한다.
실천현장에서의 경험은 너무나 더딘 발전과 변화를 인내하고, 작은 변화에 감동받고, 수많은 자살과 자해행동에도 다시 회복의 희망을 품어야 하는 성장의 여정이었다. 살면서 큰 어려움을 겪어보지 못했던 내게 정신장애로 고통받는 환우들과 그 가족들의 삶은 공감하기 벅찬 고통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행복을 느끼며, 감사한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사람이 얼마나 아름답고 강한 존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이제 현장을 떠나 학교에 온 지도 15년이 지나고 있다. 실천현장에서 느꼈던 생생함은 어느새 무뎌지고, 그들과 함께했던 기억들도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사회복지사로서, 교육자로서 느낀 책임감과 희망을 조금이나마 표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이제 현장을 떠나 학교에 온 지도 15년이 지나고 있다. 실천현장에서 느꼈던 생생함은 어느새 무뎌지고, 그들과 함께했던 기억들도 서서히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사회복지사로서, 교육자로서 느낀 책임감과 희망을 조금이나마 표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
2005년 아산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출판했던 『정신장애와 가족』을 수정한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가족에 대한 역사적 관점과 최근의 권한부여적 관점을 소개하였다. 2부에서는 가족이 정신장애인을 돌보면서 경험하게 되는 보호부담과 민족, 전문가와의 관계에 대해 서술하였다. 3부는 가족을 도울 수 있는 서비스를 소비자주도의 서비스와 제공자 중심의 서비스로 나누어 기술하였다.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일차적 보호제공자의 사후를 대비한 평생계획에 대해 서술하였다. 책을 쓰면서 가급적 국내외 경험적 연구 자료들을 충분히 다루고자 하였으나 국내 연구들이 일부 주제에 편중되어 있어 국내외 자료의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책이 정신장애 가족에 대해 연구하고 그들을 돕는 전문가들에게 다양한 연구주제와 이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활용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가족에 대한 연구자들의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제고되기를 기대해본다.
정신장애인과 가족들은 언제나 내게 스승이다. 지금까지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었던 모든 근원이 그들의 경험에서 비롯되었음을 고백하고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이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참고문헌까지 꼼꼼히 수정하고 편집을 도와준 경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의 박근우, 이민화, 하예지, 남경희, 김미경 학생에게 감사하다. 아울러 외국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나와 어렵게 소통하며 출간에 힘써 준 양서원 박철용 회장님과 임직원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14년 여름의 시작에서 서미경
l 차 례 l
I 정신장애인 가족에 대한 관점
제1장 정신장애인 가족에 대한 관점의 변화
1.정신장애에 대한 역사적 이해 / 2.병리적 관점 / 3.반응적 관점
제2장 가족에 대한 새로운 관점
1.권한부여 접근 / 2.파트너십으로 전문적 관계의 변화 / 3.소비자로서 가족에 대한 시각의 변화
II 가족의 경험
제3장 보호부담
1.보호부담의 개념 / 2.부모의 부담 / 3.형제의 부담 / 4.배우자의 부담 / 5.정신장애인 자녀의 문제
제4장 가족의 대치
1.감정표출 / 2.증상에 대한 행동적 반응 / 3.인지-행동적 반응
제5장 가족의 인식
1.정신장애에 대한 가족의 이해 / 2.가족의 보호만족
제6장 가족-전무가 관계
1.가족-전문가의 서로에 대한 인식 / 2.가족의 치료 참여
III 가족을 위한 서비스
제7장 가족의 서비스 욕구
1.가족의 욕구 / 2.가족의 욕구와 정신장애인 권리의 상층 / 3.가족에 대한 서비스 패러다임
제8장 소비자주도 서비스
1.동료가족교육 / 2.자조집단 / 3.옹호활동
제9장 서비스제공자의 가족에 대한 개입
1.심리적 교육 / 2.가족치료
제10장 한국의 가족교육프로그램
1.가족교육프로그램의 중요성 / 2.국내 가족교육프로그램에 관한 연구 / 3.국내 가족교육프로그램의 효과
IV 정신장애인의 평생계획
제11장 평생계획의 개념과 필요성
1.평생계획의 개념 / 2.평생계획에 대한 관심
제12장 주거계획
1.정신장애인의 주거계획대안 / 2.국내의 주거계획 현황
제13장 재정적 계획
1.외국의 재정적 계획 / 2.국내의 현황
제14장 법적 계획
1.외국의 후견제도 / 2.우리나라 성년후견제도
저자 소개
■ 서 미 경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
순천향대학병원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역임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 학회장 역임
현) 경상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요 저서】
인간행동과 사회환경(공저, 양서원), 사회복지질천론 공저(나남출판사), 사회복지실천과 윤리(공저, 양서원)
【주요 논문】
‘Coercion in psychiatric care : Can paternalism justify coercion?’,
‘The impact of coercion on treatment outcome : one-year follow-up survey’,
‘한국인의 정신건강이해력 평가와 취약집단분석’,
‘Developing a Tool to Assess Competency to Consent to Psychiatric Hospitalization(KATOC) : Reliability and Validity’,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거리감에 대한 수정된 귀인정서모형 적용-정신장애 유형별 모형비교-’ 외 다수